시-봄폭설
봄 폭설 * 權 千 鶴
느닷없이 일찍 깨어날 때가 있지 철모르고 이르게 피어난 봄꽃처럼 천방지축 개구리 튀듯, 엉덩이 뿔 난 송아지처럼,
안일한 중에도 가끔 불안해지고 불행하지 않는 나날이 슬퍼질 때가 있지 눈사태가 부셔서 지그시 눈 감으면 아득히 보이는 꽃 사태 폭설은 꼭 겨울이어야만 하나 하룻강아지 봄날이 얄미울 때도 있지
지나온 길 어디엔가 티눈 박힌 응어리들 모르고 지나치기도 하고 모른 척 지나오기도 했지
알아야 할 것을 모르는 죄, 짚어주느라 봄날의 허공을 긋는 회초리
-5월3일 한국일보개제 |